이양덕의 詩 文學
달걀 - 이만섭 본문
달걀
이만섭
달걀은 아내 몫이다, 부서지기 쉬워
나나 아이들 심부름감은 못 된다
아내는 케이크를 사오듯이 들고 오는데
그렇게 대접받는 식품은
장바구니에서 두부 말고는 없다
그런 달걀이 프라이팬과 한바탕 충돌할 때
점잖게 부화하고 싶은데, 그 잠깐 사이
엎질러진 게 황백논리다
노른자는 개수대에 버리고
흰자를 취한 아이는
달걀이 생선처럼 비리다는 것이다
아내는 콩기름 칠 때처럼 감정을 섞는다
양계장 주인은 아직도 닭에게 어성초를 먹이는 거라고,
김밥을 권하듯 내 차례가 오면
나는 프라이팬을 거부하고 냄비로 익힌다
기차를 타고 가듯 솔솔 묻어나는
삶은 달걀의 부화를 알 리 없는 아이는
두 개의 달걀을 한 개로 먹어치운 탓인지
여전히 바리스타처럼 가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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