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달걀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달걀 - 이만섭

이양덕 2013. 6. 1. 05:33

 

 

 

 

 

 

 

 

 

 달걀

    

 

         이만섭

 

 

 

 

달걀은 아내 몫이다, 부서지기 쉬워

나나 아이들 심부름감은 못 된다

 

아내는 케이크를 사오듯이 들고 오는데

그렇게 대접받는 식품은

장바구니에서 두부 말고는 없다

 

그런 달걀이 프라이팬과 한바탕 충돌할 때

점잖게 부화하고 싶은데, 그 잠깐 사이

엎질러진 게 황백논리다

 

노른자는 개수대에 버리고

흰자를 취한 아이는

달걀이 생선처럼 비리다는 것이다

아내는 콩기름 칠 때처럼 감정을 섞는다

양계장 주인은 아직도 닭에게 어성초를 먹이는 거라고,

 

김밥을 권하듯 내 차례가 오면

나는 프라이팬을 거부하고 냄비로 익힌다

 

기차를 타고 가듯 솔솔 묻어나는

삶은 달걀의 부화를 알 리 없는 아이는

두 개의 달걀을 한 개로 먹어치운 탓인지

여전히 바리스타처럼 가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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