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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만화에 왜 네티즌·충무로 열광하나
이양덕
2008. 3. 4. 15:22
2008년 3월 4일 (화) 06:23 뉴스엔
강풀 만화에 왜 네티즌·충무로 열광하나(인터뷰)
[뉴스엔 글 홍정원 기자 / 사진 강유경 기자]
고백컨데 기자는 인터넷 만화가 강풀(34 본명 강도영)의 작품 한 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동명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바보’(감독 김정권)를 본 뒤 그의 작품세계에 매료돼 인터뷰를 요청했다. 영화 보도자료 뒤편에 나온 그의 개봉기념 특집만화를 보고 따뜻하고 인간미 흐르는 작품세계에 감동받아 강풀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강풀이 피와 땀으로 창조한 6편의 만화가 모두 영화화된다. ‘아파트’(2004), ‘바보’(2004)가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된 데 이어 나머지 4편 역시 영화 판권이 팔리는 등 영화 제작이 진행 중이다.
‘순정만화’(2003), ‘타이밍’(2005), ‘26년’(2006), ‘그대를 사랑합니다’(2007) 등의 만화 캐릭터가 실사로 재탄생된다. 2003년 그의 처녀작 ‘순정만화’부터 가장 최근작 ‘그대를 사랑합니다’까지 6편이 모두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강풀은 제작비 110억 원이나 투입되는 ‘괴물2’ 시나리오까지 맡아 ‘반영화인’이 됐다.
‘바보’는 동명 원작 만화(두번째 사진 왼쪽)의 인기에 이어 개봉(2월28일) 4일 만에 40만7,000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원작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은 ‘바보’는 감동과 함께 27세 바보 승룡이, 차태현(두번째 사진 오른쪽)의 연기가 일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자신을 희생하며 주위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승룡의 순수한 모습을 통해 때 묻은 세상과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한편 그의 ‘강풀’이라는 애칭은 친구들이 지어줬다. 지방에서 자취하던 대학시절 빨래하지 않아도 때 타지 않는 풀색 옷을 즐겨 입어 친구들이 그를 ‘강풀’로 불렀다. 충무로가 열광하고 네티즌이 사랑하는 ‘강풀의 힘’은 무엇일까? 그와의 인터뷰에서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아파트’ 개봉할 때와 ‘바보’ 개봉할 때의 차이점은 뭔가요?
▲사실 ‘아파트’ 개봉할 땐 긴장감이 없었어요. 그냥 잘 됐으면 하는 바람 정도였죠. ‘바보’팀들과는 개인적으로 친했어요. 잘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구요. ‘아파트’는 시나리오 단계도 참여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극장에서 볼 때까지도 어떤 내용인지 몰랐어요. 안병기 감독님이 제 원작과 80% 다르다고 했는데 제가 보기엔 90% 달라요. ‘아파트’에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요즘 ‘반영화인’으로 불리고 있어요
▲지금 제 작품 중 영화로 진행 중인 게 6편의 장편만화잖아요. 두 편은 이미 개봉됐고요. 그동안 저는 영화인이 아니고 만화인이라고 우겼는데 ‘괴물2’ 시나리오까지 쓴 마당에 마냥 만화인이라고 우길 수만은 없게 됐어요. 예전엔 원작자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반은 영화인 같아요.
-‘괴물2’에 대한 이야기는 자제하고 있는데
▲알려드리고 싶은데 영화사(청어람)에서 비밀로 하라고 해서 자제하고 있어요. 그동안 알려진 110억 원 제작비, 청계천이 배경, 괴물들이 때로 나온다 등이 전부예요.
-2002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해 이렇게 단기간에 유명해진 만화가가 있나요?
▲온라인의 힘인 것 같아요.(웃음) 늘 감사해요.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이 놀라운데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온갖 ‘잡생각’이 원천이에요. 스토리가 일단 나오면 그 상황에 맞는 배경이나 동네를 설정하고 동네를 촬영하고 주인공과 같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더 첨가돼요. 스토리는 그냥 앉아 만들어요. 옛날부터 공상하는 걸 좋아했어요.
-만화그리기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대학(상지대) 시절 대자보 만화로 시작했어요. 저희 학교가 데모를 많이 했거든요. 당시 저는 총학생회에서 홍보일을 하고 있었어요. 학우들이 글씨만 있는 대자보를 보지 않은 모습을 보고 만화로 대자보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막상 졸업할 때가 되니 만화를 안 그리고는 못살 정도가 됐죠. 93학번이라서 운동권의 끝물인데 저 보고 자꾸 운동권이라고 할 때는 좀 쑥스러워요.
-‘바보’ 승룡이를 실제 풍납동 바보에서 영향 받아 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가 누구인가요?
▲저희 세대가 어렸을 땐 동네마다 바보가 한 명씩 있었어요. 우리 동네에 바보 형이 한 명 있었어요. 그가 실제 주인공 승룡이는 아니지만 ‘바보’를 그리면서 그 형 생각이 많이 났어요. 승룡이와는 달리 옷을 깨끗하게 입고 다니는 형이었는데 늘 타지도 못하는 삼천리 자전거를 끌고 다녔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제가 친구들과 야구 하거나 놀고 있으면 꼭 옆에 서 있었어요. 그럼 막 욕하고 그랬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와 놀고 싶어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미안해요. 그때 미안한 감정이 작품에 녹아 든 것 같아요. 그 때 풍납토성에서 많이 놀았어요.
-감독이나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촬영장에 잘 안 가서 감독들과는 그냥 형님 동생 하는 사이예요. 배우 차태현이 가장 기억에 남죠. 처음 차태현이 ‘바보’에 캐스팅 됐을 땐 ‘정말?’이라는 물음표를 달았어요. 만났는데 너무 건강하더라고요. 과연 ‘잘할까’란 생각을 했는데 막상 촬영장에서 가서 보니까 정말 바보 승룡이인 거예요. 차태현 씨가 선하게 웃잖아요. 태현 씨에게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영화 ‘바보’를 본 아내의 반응은 어땠나요?
▲영화 보고 나서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더군요. 그래서 ‘아, 이 영화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 보면서 이 좋은 영화가 왜 2년 동안 개봉을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그 부분은 저도 많이 속상해요. 사람들이 개봉을 안 하니까 오래된, 그래서 하자가 있는 영화로 오해할까 봐 걱정했어요. 사실 촬영이 끝났다고 영화 제작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녹음이나 CG 등 후반 작업이 남아 있으니까. 촬영 끝난 뒤 2년 후 그러니까 영화를 다 만들어 놓고 큰 문제가 있어서 개봉을 못한 것처럼 비쳐지는 것 같아요. 제가 알고 있는 한 ‘바보’는 그동안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거든요. ‘26년’을 작업할 때는 영화화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 70대 노인이 주인공인 ‘그대를 사랑합니다’ 역시 영화화되기 힘들다고 여겼어요. ‘26년’은 무거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했고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인이 등장해 젊은 층에게 공감을 얻지 않을 것 같았죠. 영화화되는 원인을 생각해보니 스토리 때문인 것 같아요. 또 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검증을 마쳤고. 사실 영화사에서 오가는 좋은 소재들이란 주관적인 경우가 많은데 제 만화는 많은 사람들이 클릭해 보니까 적어도 객관적인 검증은 됐다는 것이죠. 만화를 영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장점도 있고요. 그런데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꼭 전화가 와요. 너무 어렵다고요. 장편만화를 2시간짜리로 만들려니 힘들겠죠.
-영화사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작품은 어떤 건가요?
▲‘타이밍’이라는 작품이었어요. 한국형 ‘엑스(X)맨’이에요. 약 16군데에서 제안이 왔어요. ‘26년’도 인기가 좋았어요. ‘타이밍’은 싸이더스HQ에서 영화로 만들려고 가져갔고 드라마화는 김종학프로덕션에서 준비하고 있어요.
-머릿속 ‘잡생각’(아이디어)들은 어떻게 정리하나요?
▲적어 놓죠. 시놉시스만 10개 정도 써놨어요. 지금 35세인데 나이가 40이 되면 만화를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손이 좀 느리거든요. 10개 시놉시스를 만화로 그리려면 열심히 해야겠죠. 40대 이후에도 체력이 되면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주위에서 영화감독 안 하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생각 없고요. 시나리오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만화그리기와 병행하고 싶어요.
-남자인데도 감성이 풍부한데 가족에게서 영향 받았다고 들었어요
▲아버지가 목사님이잖아요.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어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죠. 대학교 졸업 후에 만화 그린다고 했을 때도 반대 안 하시고 밀어주셨어요. 너무 믿어주셔서. 사람들이 모두 편안하고 착하다는 것을 느끼며 살았기 때문에 감성이 풍부해진 것 같아요.
-최근 읽은 책 중 인상 깊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나는 전설이다’예요. 영화를 먼저 봤는데 사람들이 좋은 원작을 영화가 망쳤다고 해서 소설을 읽었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철학적인 내용의 원작을 영화로 만들기엔 참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영웅적인 묘사를 한데 반해 원작에서는 세상 사람이 모두 좀비로 변한 상태에서 자신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잘못된다는 결말이거든요. 충격적이었어요.
-작업 안 할 때는 무얼 하나요?
▲작업 안 할 때도 엄밀히 따지면 뭔가 하고 있더라구요. 보통 6개월 정도 작업하고 나면 좀 쉬고 스토리 짜 놓고 작품에 들어가죠. 작품을 안 그릴뿐이지 작업은 계속하고 있는 셈이에요.
-그럼 여행도 일의 연장인가요?
▲아니요. 저는 여행 떠가면 그냥 푹 쉬어요. 완전히 놀러 가요. 결혼 하면서 비행기 타고 다니는 해외여행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1년간 5번 나갔다 왔어요. 아내가 제게 직업병 있다고 하더라고요. 트렁크 하나를 책으로 모두 채워 가면 모두 읽고 오거든요. 하루 종일 책만 읽는 셈이죠. 책을 좋아해요. 여행지 독서를 처음엔 10권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늘어났다
☞강풀 “무거운 만화 ‘26년’‘그대를사랑합니다’ 영화화 힘들줄 알았다”
☞강풀 “노인얘기 ‘그대를 사랑합니다’ 드라마화될줄 몰라”
고백컨데 기자는 인터넷 만화가 강풀(34 본명 강도영)의 작품 한 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동명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바보’(감독 김정권)를 본 뒤 그의 작품세계에 매료돼 인터뷰를 요청했다. 영화 보도자료 뒤편에 나온 그의 개봉기념 특집만화를 보고 따뜻하고 인간미 흐르는 작품세계에 감동받아 강풀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강풀이 피와 땀으로 창조한 6편의 만화가 모두 영화화된다. ‘아파트’(2004), ‘바보’(2004)가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된 데 이어 나머지 4편 역시 영화 판권이 팔리는 등 영화 제작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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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는 동명 원작 만화(두번째 사진 왼쪽)의 인기에 이어 개봉(2월28일) 4일 만에 40만7,000명(배급사 집계)을 동원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원작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은 ‘바보’는 감동과 함께 27세 바보 승룡이, 차태현(두번째 사진 오른쪽)의 연기가 일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자신을 희생하며 주위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승룡의 순수한 모습을 통해 때 묻은 세상과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한편 그의 ‘강풀’이라는 애칭은 친구들이 지어줬다. 지방에서 자취하던 대학시절 빨래하지 않아도 때 타지 않는 풀색 옷을 즐겨 입어 친구들이 그를 ‘강풀’로 불렀다. 충무로가 열광하고 네티즌이 사랑하는 ‘강풀의 힘’은 무엇일까? 그와의 인터뷰에서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아파트’ 개봉할 때와 ‘바보’ 개봉할 때의 차이점은 뭔가요?
▲사실 ‘아파트’ 개봉할 땐 긴장감이 없었어요. 그냥 잘 됐으면 하는 바람 정도였죠. ‘바보’팀들과는 개인적으로 친했어요. 잘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구요. ‘아파트’는 시나리오 단계도 참여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극장에서 볼 때까지도 어떤 내용인지 몰랐어요. 안병기 감독님이 제 원작과 80% 다르다고 했는데 제가 보기엔 90% 달라요. ‘아파트’에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요즘 ‘반영화인’으로 불리고 있어요
▲지금 제 작품 중 영화로 진행 중인 게 6편의 장편만화잖아요. 두 편은 이미 개봉됐고요. 그동안 저는 영화인이 아니고 만화인이라고 우겼는데 ‘괴물2’ 시나리오까지 쓴 마당에 마냥 만화인이라고 우길 수만은 없게 됐어요. 예전엔 원작자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반은 영화인 같아요.
-‘괴물2’에 대한 이야기는 자제하고 있는데
▲알려드리고 싶은데 영화사(청어람)에서 비밀로 하라고 해서 자제하고 있어요. 그동안 알려진 110억 원 제작비, 청계천이 배경, 괴물들이 때로 나온다 등이 전부예요.
-2002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해 이렇게 단기간에 유명해진 만화가가 있나요?
▲온라인의 힘인 것 같아요.(웃음) 늘 감사해요.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이 놀라운데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온갖 ‘잡생각’이 원천이에요. 스토리가 일단 나오면 그 상황에 맞는 배경이나 동네를 설정하고 동네를 촬영하고 주인공과 같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더 첨가돼요. 스토리는 그냥 앉아 만들어요. 옛날부터 공상하는 걸 좋아했어요.
-만화그리기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대학(상지대) 시절 대자보 만화로 시작했어요. 저희 학교가 데모를 많이 했거든요. 당시 저는 총학생회에서 홍보일을 하고 있었어요. 학우들이 글씨만 있는 대자보를 보지 않은 모습을 보고 만화로 대자보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막상 졸업할 때가 되니 만화를 안 그리고는 못살 정도가 됐죠. 93학번이라서 운동권의 끝물인데 저 보고 자꾸 운동권이라고 할 때는 좀 쑥스러워요.
-‘바보’ 승룡이를 실제 풍납동 바보에서 영향 받아 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가 누구인가요?
▲저희 세대가 어렸을 땐 동네마다 바보가 한 명씩 있었어요. 우리 동네에 바보 형이 한 명 있었어요. 그가 실제 주인공 승룡이는 아니지만 ‘바보’를 그리면서 그 형 생각이 많이 났어요. 승룡이와는 달리 옷을 깨끗하게 입고 다니는 형이었는데 늘 타지도 못하는 삼천리 자전거를 끌고 다녔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제가 친구들과 야구 하거나 놀고 있으면 꼭 옆에 서 있었어요. 그럼 막 욕하고 그랬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와 놀고 싶어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미안해요. 그때 미안한 감정이 작품에 녹아 든 것 같아요. 그 때 풍납토성에서 많이 놀았어요.
-감독이나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촬영장에 잘 안 가서 감독들과는 그냥 형님 동생 하는 사이예요. 배우 차태현이 가장 기억에 남죠. 처음 차태현이 ‘바보’에 캐스팅 됐을 땐 ‘정말?’이라는 물음표를 달았어요. 만났는데 너무 건강하더라고요. 과연 ‘잘할까’란 생각을 했는데 막상 촬영장에서 가서 보니까 정말 바보 승룡이인 거예요. 차태현 씨가 선하게 웃잖아요. 태현 씨에게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영화 ‘바보’를 본 아내의 반응은 어땠나요?
▲영화 보고 나서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더군요. 그래서 ‘아, 이 영화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 보면서 이 좋은 영화가 왜 2년 동안 개봉을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그 부분은 저도 많이 속상해요. 사람들이 개봉을 안 하니까 오래된, 그래서 하자가 있는 영화로 오해할까 봐 걱정했어요. 사실 촬영이 끝났다고 영화 제작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녹음이나 CG 등 후반 작업이 남아 있으니까. 촬영 끝난 뒤 2년 후 그러니까 영화를 다 만들어 놓고 큰 문제가 있어서 개봉을 못한 것처럼 비쳐지는 것 같아요. 제가 알고 있는 한 ‘바보’는 그동안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거든요. ‘26년’을 작업할 때는 영화화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 70대 노인이 주인공인 ‘그대를 사랑합니다’ 역시 영화화되기 힘들다고 여겼어요. ‘26년’은 무거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했고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인이 등장해 젊은 층에게 공감을 얻지 않을 것 같았죠. 영화화되는 원인을 생각해보니 스토리 때문인 것 같아요. 또 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검증을 마쳤고. 사실 영화사에서 오가는 좋은 소재들이란 주관적인 경우가 많은데 제 만화는 많은 사람들이 클릭해 보니까 적어도 객관적인 검증은 됐다는 것이죠. 만화를 영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장점도 있고요. 그런데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꼭 전화가 와요. 너무 어렵다고요. 장편만화를 2시간짜리로 만들려니 힘들겠죠.
-영화사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작품은 어떤 건가요?
▲‘타이밍’이라는 작품이었어요. 한국형 ‘엑스(X)맨’이에요. 약 16군데에서 제안이 왔어요. ‘26년’도 인기가 좋았어요. ‘타이밍’은 싸이더스HQ에서 영화로 만들려고 가져갔고 드라마화는 김종학프로덕션에서 준비하고 있어요.
-머릿속 ‘잡생각’(아이디어)들은 어떻게 정리하나요?
▲적어 놓죠. 시놉시스만 10개 정도 써놨어요. 지금 35세인데 나이가 40이 되면 만화를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손이 좀 느리거든요. 10개 시놉시스를 만화로 그리려면 열심히 해야겠죠. 40대 이후에도 체력이 되면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주위에서 영화감독 안 하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생각 없고요. 시나리오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만화그리기와 병행하고 싶어요.
-남자인데도 감성이 풍부한데 가족에게서 영향 받았다고 들었어요
▲아버지가 목사님이잖아요.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어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죠. 대학교 졸업 후에 만화 그린다고 했을 때도 반대 안 하시고 밀어주셨어요. 너무 믿어주셔서. 사람들이 모두 편안하고 착하다는 것을 느끼며 살았기 때문에 감성이 풍부해진 것 같아요.
-최근 읽은 책 중 인상 깊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나는 전설이다’예요. 영화를 먼저 봤는데 사람들이 좋은 원작을 영화가 망쳤다고 해서 소설을 읽었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철학적인 내용의 원작을 영화로 만들기엔 참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영웅적인 묘사를 한데 반해 원작에서는 세상 사람이 모두 좀비로 변한 상태에서 자신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잘못된다는 결말이거든요. 충격적이었어요.
-작업 안 할 때는 무얼 하나요?
▲작업 안 할 때도 엄밀히 따지면 뭔가 하고 있더라구요. 보통 6개월 정도 작업하고 나면 좀 쉬고 스토리 짜 놓고 작품에 들어가죠. 작품을 안 그릴뿐이지 작업은 계속하고 있는 셈이에요.
-그럼 여행도 일의 연장인가요?
▲아니요. 저는 여행 떠가면 그냥 푹 쉬어요. 완전히 놀러 가요. 결혼 하면서 비행기 타고 다니는 해외여행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1년간 5번 나갔다 왔어요. 아내가 제게 직업병 있다고 하더라고요. 트렁크 하나를 책으로 모두 채워 가면 모두 읽고 오거든요. 하루 종일 책만 읽는 셈이죠. 책을 좋아해요. 여행지 독서를 처음엔 10권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늘어났다
☞강풀 “무거운 만화 ‘26년’‘그대를사랑합니다’ 영화화 힘들줄 알았다”
☞강풀 “노인얘기 ‘그대를 사랑합니다’ 드라마화될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