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2008. 3. 9. 15:59

골목길 /이만섭
담벼락 사이에 끼어
길이 길을 망보고 앉아있다
가끔은 저들끼리도
좁은 간격을 차지하려고 토닥거리지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오순도순 착해지면
사내아이들 몰려나와 한바탕 진치다가도
고무줄놀이하는 계집애들 쫓아
어느덧 바람처럼 새나간다
고만고만해도
애들은 그 사이에 크는 것,
고양이는 어느새 뒤따라 왔을까
심심한 표정으로 어슬렁거리고,
눈치 없는 강아지
전봇대 뒤편에 와서
여전히 오줌이나 깔기고 가도
담뱃가게 노인네는 못 본 척하지만,
호빵을 쪄내는 하얀 입김 같은 것이
골목길에도 민들레를 피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