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스크랩] 마른꽃 소묘
이양덕
2008. 3. 12. 23:24
마른꽃 소묘
이만섭
왜 그런거 있지,
추억을 붙박아놓고 싶은 거
저것이 지난날의 그리움이었나니,
저 꽃 필 때 봄이였던가
한 차례 가랑비 다녀가고
연두로 옷 입던 나무들
가슴에 골짜기바람 불던 날
붉자고 핀 꽃 지고 아, 생은 막막했다
떨어진 꽃잎 바라보며
강물따라 흐르고 싶었던 회한,
꽃은 어쩌자고 피어
꽃 지는 가슴은 그리도 슬펐던가
후리지아를 내다 버린 적이 있는가,
꽃다발을 받았을 때 환희를
간직하고 싶은 적이 있었는가,
꽃이 진 후에도 꽃은
화석으로 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벽에 걸린 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