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스크랩] 봄 가시내
이양덕
2008. 3. 19. 22:02
봄 가시내 /이만섭
그 봄날,
애자, 그 가시내가
괜히 가슴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따라나섰는데
개나리 움 돋는 담장 가를 지나
냇가 쪽으로만 나를 데리고 가는 거였다
바람 살랑살랑 불고 도랑물 내리치는데
그곳에는 이미
동네 아줌마들이 빨래하러 나와 있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진달래 핀 뒷산으로 가자고 해서
우리는 양지바른 묘지께까지 함께 갔는데
마른풀 사이에서 할미꽃이 피어 있었다
이 가시네 할미꽃을 보더니
즈그 할머니 만난 것 같다며
안 되겠다고, 다음에나 보여주겠다고
얼른 달아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