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무의 뼈
나무의 뼈 /이만섭
비바람 사이로 뼈가 기다랗게 자랐다
잎들이 지고 난 뒤
몸이 아버지처럼 헐렁해지면
나무는 뼈를 끌어안고 겨울을 난다
당신의 등에 뿔처럼 돋은 피붙이들은
그 무렵, 옹이처럼
상처가 되는 줄 알면서도
당신은 상처를 쓰다듬다가 늙어간다
등으로 짐 지고 걸어간 세월인데도
생전에 한 번도 등을 보이지 않고
꿋꿋이 세운 뼈,
잎들은 푸르다가 떠나면 그만 일테지만
뼈는 이미 늙고 쇠잔하다
그렇게 선산에 묻힌 내 아버지
생각하면 설핏설핏 눈물 어룽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