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스크랩] 거미

이양덕 2008. 8. 8. 20:48

 

출처 : 카프카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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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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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섭 유년의 기억자리에 희미한 풍경 하나가 엎드린 채 모로 걸려 있다. 빛바랜 흑백 사진 속 고즈넉한 고향집 황혼은 이끼 낀 흙담 아래서 졸고 검푸른 먹감나무에 어둠이 깃들면 하늘빛 쫓아 아스라한 추녀 끝으로 드넓은 성좌의 바다가 닻을 올린다. 나무와 추녀 사이 위태한 선의 난간에 곡예사가 되어 원형의 날줄을 엮어놓고 유혹을 모자이크 하다가 어언 화석이 된 부생浮生의 자리에 이제도 내 어머니가 앉아계신다. 골방 한구석에 주름 깊은 세월 끌어안고 인고의 씨줄을 놓으시며 어느해 여름 태풍 불어오던 날 난바다로 떠난 당신의 아들을 기다리다가 더는 곱울 수 없는 손마디에는 피멍이 들고 그 밤도 뜬눈 지어 날을 새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