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후일 같은 가을이고 싶다
이만섭
지난날
추억이 정해놓고 그리워하던
먼 후일 같은 가을이고 싶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그런 세월에 묻어지는 가을이 아닌,
수없이 비낀 세월에도
터벅터벅 걸어온 신발의 뒤축은
달고 달아 초라해졌어도
내 마음에 화해를 품고 찾아온 계절
과원의 사과는 탐스럽게 익어가고
설화처럼 살아 돌아온 나는
마침내 추억의 사과나무 아래를 걷는다
달빛 아래 피어나던 그 봄의 사과꽃
하얀 그리움에 진저리치며 눈시울 붉히던
그 마음 그대로
내 가슴에 이 가을을 물들어다오
노을빛 붉게 타오르는 저녁강처럼
여직껏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먼 후일 같은 가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