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에게 묻다 /이만섭
가을의 뒷골목, 시멘트 담장을 비끼며 바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푸라타나스 마른 잎, 푸른 계절 내내 이정표로 펄럭이더니 몇 발자국 골목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제 갈 길을 잃고 전봇대 옆 노랗게 피었다가 떠난 민들레 빈집에 세든다 하룻날에도 수없이 날려 지층에 박히는 파편들 허공에 매달려 푸름을 수놓을 때가 언제였던가, 덧없이 유실되는 쓸쓸함이 황량하다 어떤 하찮은 것도 당당할 때가 아름답다 주검조차도 헛되이 무덤을 짓는 모습이 아닌 머뭇거림 없는 행여로 길 가는 것이 그대의 가을을 해방 시키는 일일 것이다 낙엽 지는 것이 꽃 지는 것과 다르지 않음에 갇히지 않고 떠나는 순명의 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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