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라는 말 2
이만섭
그대, 하고 부르면
가만히 귀밑에서 찰방거리는 강물 소리,
무릎에 놓인 기도의 목록을 읽듯이
나직이 가슴 설렌다
아, 그리움의 단초가 되었던 이 말,
부를수록 정겨워지는 말,
어느 호명이 이토록 유순할까,
혀끝의 부드러움이 윗입술에 닿기까지
그 발성하는 짧은 순간조차도
촉촉해지는 여운은
이 말이 막 끝난 이후에도
고즈넉한 저녁 창가에서
카푸치노의 프리마가 입술에 녹아드는 것처럼
그대로부터 속삭이고 그대로부터 망연하다
이 말 부르고 싶어
누군가 등뒤에서 부르듯 돌아보는 마음으로
그 여름의 파초나무 아래로 가서
너울진 이파리 사이로 내려온
파란 하늘을 비껴보고 싶다
가슴을 껴안은 듯 먹먹해지는 아늑함으로,
내 아련함이 닿는 곳도
내 쓸쓸함이 닿는 곳도 그대였으니
견딜 수 없음이 어디 이뿐인가,
시작도 마침내도 한 순간에 멈춘
갸륵하도록 고운 말
오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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