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스크랩] 소
이양덕
2009. 1. 3. 11:42
소 /이만섭
서 있거나 누워 있거나
두어 평 남짓한 외양간을 다 차지한
커다란 눈
과묵하기만 하여 기다리는 일도
소는 가만히 눈으로 말하고 있다
아버지는 밖에서 돌아오시면
외양간을 먼저 살피셨는데
그때마다 소는 긴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고
끔벅끔벅 순종하는 대꾸를 하였다
마치 오래도록 살며
외양간 귀신이 되고 싶다는 듯이,
아버지도 알았다는 듯이
그래, 하시며 목덜미를 어루만지는데
그때 소가
음매~ 하고 울음을 터뜨리던 거였다
출처 :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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