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다 이야기 /이만섭
먼 옛날 버드내란 바닷가 꽃마을이 있었습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이 마을 어귀에 맨 먼저 샛노랗게 피던 생강나무꽃이
어느 해 봄인가 도무지 필 생각을 하지 않는 거였어요
산수유꽃도 제비꽃도 앉은뱅이꽃도 다 피어나는데
생강나무만 빈 가지를 푸른 하늘로 올려 꼼짝 않고 있었어요
누구 하나 영문을 아는 이 없고 그래서 마을에서는
정원사를 데리고 와 생강나무 가지를 살피다가 비린내를 채취했던 거였어요
냄새를 확인해 보니 아뿔싸 바다에 사는 숭어의 냄새였어요
숭어는 밤마다 나무에서 자고 아침이면 내려와
은비늘을 파닥거리며 바다를 헤엄쳐 가는 거였어요
삼월 샛바람에 생강나무가 바람이 나서 그 몸이 먼저 꽃을 피웠던 게지요
마을에서는 어린 꽃들이 피어나는데 소문이라도 날까 봐
쉬쉬하며 생강나무를 버드내 뒷산 산비탈에 옮겨 심었다지요
그 뒤로부터 환한 봄바다의 비릿내를 풍기며 홀로 피는 생강나무꽃
해마다 봄이오면 곤줄박이가 찾아와 바다 소식을 전해 준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