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꽃잎
꽃잎 /이만섭
그리움이 눈물 나도록 애틋해질 때가 있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침묵 끝에 열린 입술은
다문다문 무슨 말을 할 것만 같고,
저 봄을 위한 몸짓은
본디 흰빛으로 왔으나
지극함을 타고 올라
꿈을 꾸다가 꿈을 꾸다가
혹은 붉고
혹은 파랗다
어둠 속에서도 갈망에 에워싸인 채
여리움으로 오는 떨림은
생명의 정점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씨방을 짓고
정처 없이 낙화할진대,
그때 다시 원색의 흰빛이 되는 것을
사람들은 허무라고 말한다
어느 저녁이 서럽다고 중얼거리는 것은
어디선가 꽃잎이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