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청풍계 * 를 가다
이양덕
2009. 4. 22. 18:45
정선의 청풍계
청풍계*를 가다
이만섭
내가 명주바람과 마주한 것은 청계로 모전교 앞에서였다 뉘엿거리는 저녁 해 길이만큼이나 산그늘 따라 비스듬히 그가 쫓아왔던 것이다 아니다 아니다, 발아래 돌돌 거리는 내를 벗 삼다가 무심코 객을 맞던 것이었다 그때 나는 문우와 더불어 무슨 할 일이라도 찾고 있는 듯 해묶은 모과나무 아래를 해찰하고, 초파일 연등처럼 여유락락하게 듬성듬성 피어난 분홍 꽃들 봄 저녁을 화사하게 밝히는데 도끼날로 내려찍은 듯 서 있는 회색 빌딩 사이로 인왕골을 내려온 물살을 거슬러 나도 모르게 청풍계에 든 것이다
북악의 골짜기마다 노송을 입은 산자락 저 백악 아래 부벽준으로 붓질한 산수 간에 푸른 등걸로 날개 올린 삼림의 처마 끝 풍경 없이도 청음은 숲을 채우고 연둣빛 실버들도 재넘이 따라 춤을 춘다 이리오너라, 이리오너라, 원백 노인께 문안드리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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