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2009. 5. 5. 14:36
 


 
 
       저녁비 /이만섭   
        구상나무 등 뒤에서
        토닥토닥 호명하는 소리를
        귀로 받아 적는다

        어둠녘을 월담해 와서                                           
        제 몸조차 가릴 수 없는 침엽수 곁에서 
        저 무수한 입자들은  
        한사코 누굴 부르는 것일까,

        내게는 다녀가지도 않고
        비는 다소곳이 낮은 목소리다

        상앗빛 물안개 사이로
        대답없는 허공을 배회하다가
        끝내 가슴말도 고백하지 못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적적한 발자국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