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2009. 6. 20. 19:17

 

 

 

 

악기들 /이만섭

 

 

 

음악은 몸에 푸른 배경을 지녔다
고요를 건널 때는 

나직나직 침묵을 스치듯 비켜간다 
그러나 장중할 때는

바다보다 더 격랑하는 몸짓으로
북채를 들고나와 고막을 두드린다 

그럴 때,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치듯

심장은 환희에 젖어 터질 것만 같다

혼돈 속에 일깨우던 아타락시아,
그러나 지금은 오선지 곁에 몸을 두어

또 다시 현현한 배경을 꿈꾸는 중이다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

봄 저녁 꽃눈이 밤안개를 만나듯이

유혹에 이끌린 마음으로

그의 귀와 은밀히 내통해야 한다 

서로의 품속 같은 애틋함을 나누다가
새처럼 허공을 날아서

푸른 하늘 같은 배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