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기들 /이만섭
음악은 몸에 푸른 배경을 지녔다 고요를 건널 때는
나직나직 침묵을 스치듯 비켜간다 그러나 장중할 때는
바다보다 더 격랑하는 몸짓으로 북채를 들고나와 고막을 두드린다
그럴 때,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치듯
심장은 환희에 젖어 터질 것만 같다
혼돈 속에 일깨우던 아타락시아, 그러나 지금은 오선지 곁에 몸을 두어
또 다시 현현한 배경을 꿈꾸는 중이다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
봄 저녁 꽃눈이 밤안개를 만나듯이
유혹에 이끌린 마음으로
그의 귀와 은밀히 내통해야 한다
서로의 품속 같은 애틋함을 나누다가 새처럼 허공을 날아서
푸른 하늘 같은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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