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바람의 시선을 읽다

이양덕 2009. 6. 26. 11:10

 

 

 

   바람의 시선을 읽다 / 이만섭

 

 

 

   그의 눈빛은 늘 열망에 차있다
   머문 자리 따로 없고 비운 자리 따로 없는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선 못 배기는
   야생마 같은 근성을 지녔다
   그가 아늑한 골짜기나 구릉 아래 몸을 두지 않고
   가파른 벼랑 끝이랄지
   허공에 집을 짓고 사는 연유도
   제 몸의 교활함을 믿기 때문이다
   잎새에 햇빛이 내리쬐어도

   어디선가 쥐눈이콩만한 눈동자로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자취를 면밀히 살피는 까닦은
   나무의 꽃눈을 틔운다거나
   그 꽃의 열매가 실한 가를 확인해보는 데 있다
   정작 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언제나 그의 시선이 닿아 있다
   나는 그의 시선을 건기로 읽지는 않는가
   그를 곁눈질하지는 않는가

 

 

 

* 이미지 : 민병석 화백의 '바람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