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2009. 8. 12. 13:39

 

 

  

먼산 /이만섭

 

 

 

여기까지 와서, 먼산을 본다

언제나 그렇듯 

가까이 다가가도 제자리인 듯

멀어진 간극에서 손차양을 치고 바라보다가

나의 자리가 등 굽은 능선이라도

꽃 피던 골짜기 두고

구름 황망히 흘러간 곳으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아득해지는

나무가 자라는지 풀이 무성한지 알 수 없는

내가 먼저 외로워지는 먼산, 

햇뻐꾸기 날아간 전신주같이

시린 눈빛으로 가느다랗게 직선의 심금을 긋고

산굽이마다 물소리라도 들려줄 것 같은

물푸레 잎사귀 닮은 앞가슴의 푸른 산이

산 밖에 서서

저리도 뿌옇게 희어졌는가

그리움만 내것이 되어

이마에 흰 구름 피워내는 먼산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