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스크랩] 억새꽃

이양덕 2009. 11. 8. 00:43

 

 

 

       억새꽃 /이만섭

 

 

       무슨 생각이 그리도 골똘했으면

       희어질 대로 희어진 머릿결인가,

       산길도 가을 모퉁이를 돌아가불고

       물길도 저 멀리 아스라해졌는데

       사붓사붓 헤젖는 갈바람에

       쓸쓸함도 벗이 될 때가 있구나,

       마른 풀씨들 흙잠 재우고

       물버들에 깃든 개개비떼들조차

       가을의 맨 늦게까지 남아

       외로움에 휩쓸리지 않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노래하니

       존재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드러내는 것,

       꼿꼿한 수직의 기다림으로

       숙명처럼 피워낸 생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억세도록 견디는 세월의 풀꽃이여,

 

 

 

출처 :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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