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2009. 12. 1. 12:45

 

   12월 /이만섭

 

 

 

   한속으로, 한속으로, 치닫으며

   사계의 첨탑에 이른 바람도

   겸허하게 여미는 옷깃,  

 

   겨울나그네의 남루함을 더는 물을 수 없네  

 

   어디론가 길 가는 듯해도

   연회색 휘장에 에워싸여

   저녁처럼 돌아오는 모습이여,

 

   등 뒤의 무게에 타박거리다가

   닳아버린 그대 발뒤축에서

   세월의 더께를 읽노니,

   잎을 거두고 뼈로 세운 나목처럼

   차운 빛으로 궁글어져

   흰 눈을 기다리는 순결한 이상주의자여,  

 

   저 음각으로 새긴 빈 산도

   한때는 갈매빛 그리움이었나니   

 

   어디선가 울리는 종소리

   저녁을 다스리는 이 누구이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