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에 쓰다 /이만섭
바다여, 너로 말미암아 내 부유하는 섬,
파도에 휩쓸려 간 나는 참 멀리까지 왔구나,
내 곁에 찍어놓은 발자국 지금쯤은 깡그리 지워졌겠지,
그 안에 반납되지 않은 오래된 조가비는
풍구처럼 해풍만 들락거리다가 그만 모래톱에 묻혀갔겠지,
그러나 내 인생의 여정 최초의 도착지에서
내가 파도에 갇혀 섬이 되던 날,
너의 뱃머리는 나를 유인하고
섬은 너의 푸른 아가리에 통째로 먹히고 말았다
너의 아우성은 밤마다 불면으로 나를 뒤척이게 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켜낸 생명의 충동이었으니
까르르 까르르 스크랩을 짜고 달려오는 해면에 이르지 못한 나의 발길을
너의 춤사위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백사장으로 끌어냈구나,
내 갈증의 섬에서, 나를 더욱 야성으로 길들이며
너는 끊임없이 깃발처럼 파도를 몰고 내게 달려오지 않았던가,
생은 얼마나 많은 열망을 거쳐야 성숙하는가를,
추억은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가를 너로부터 배웠다
아, 사랑은 유혹일 때 가장 설렌다
너의 격랑 하는 가슴이 터질 듯 나를 부를 때마다
나는 떠나온 섬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행복했다
내가 섬으로 존재하는 한,
이제도 나의 꿈은 너뿐이다 바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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