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가로등스탠드가 읽어주는 독서법

이양덕 2010. 1. 1. 16:30

가로등스탠드가 읽어주는 독서법

 

 

이만섭

 

 

 

 

밤의 주변이 독서 하기 좋은 이유는 가로등스탠드가 있기 때문이다 

 

저녁이 오면 그는 어둠으로 건너온 사물이나 기타 형상들이 제 위치에 놓여 있는 지 확인하고서

 

길부터 읽어준다 그리곤 습관처럼 차량이나 행인들에게 옮겨간다

 

구부정한 어깨선 아래 펼쳐진 시선은 먹지 같은 어둠으로부터 더는 판독할 수 없는 경계선까지 읽어낸

 

그의 독서법은 종종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늦밤의 귀갓길도 읽어주지만

 

그것은 달빛과 별빛도 가능한 일상적 페이지의 뒷부분이다

 

굳이 허공의 난간에 등을 걸고 실시간 부엉이 같은 눈빛으로 어둠의 두께를 탐독하는 이유라면

 

아직 읽히지 못한 밤의 활자들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을 대비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초병처럼 몸을 꼿꼿하게 세워 말똥말똥 눈알을 굴리는 그의 독파력은

 

박이정(博而精)이 아니고서는 어둠으로부터 달리 읽어낼 방법이 없다

 

가로등스탠드가 읽어주는 독서법이 그것이다 오직 이타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