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두부고(豆腐考)

이양덕 2010. 1. 7. 13:49

 

두부고(豆腐考) /이만섭    

 

 

 

저 무른 것이 반듯하게 놓인 것을 보면

연골 사이 서로 엉켜있는 살들은 대견하다

애초에 두부를 만든 사람은

아마 편히 먹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음식의 법도를 내세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콩으로 할 일은 얼마나 많은가

그 가운데 조리법을 조심스럽게 고안하다가

저리 자세를 바르게 세우는 법식을 찾아낸 것이다

그래서 콩은 사라지고 두부가 대세다

반드시 소반 따위에 받혀놓아야 하는 것이니

모가 나 있어도 궁굴어져 보이는 성미는

언제나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자존심을

암암리에 스스로 차지한 것이리라

이모저모 느슨한 듯 편안한 차림새는

뭇 음식의 한 법도가 될만하다

이름 하여 콩을 불려먹는다는 말은

두부에 이르러 완성을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