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른다 / 이만섭 봄 저녁의 내 귀는 개화기에 든 우슬초 이파리인가, 너른너른 포개 올린 꽃대의 첨탑에 피어난 자줏색 꽃잎 만지작거리며 허공에 날아드는 연둣빛 종소리 바람은 어디에도 일지 않는데 앞 여울이 속닥이는가, 밤안개처럼 번져오는 이 야릇한 현기증은 거기 물버들나무에 갓 숨 탄 배꼽쟁이 무럭무럭 솜털 부푸는 중인가, 거꾸로 매단 우듬지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골짜기 멀리 잦아드는 쏙독새 울음에도 시나브로 가빠지는 숨결 적요의 반란처럼 가만가만 호명하며 꽃눈보다 먼저 뜨는 귓불 이 마음을 어쩔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