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꿈의 자화상
이양덕
2010. 3. 1. 19:22
꿈의 자화상 /이만섭
햇봄이 채마전 자리에서
사그락 사그락 분칠해 갈 때
묵은 구지뽕나무에 단정학이 울고
샛바람에 강물도 범람하여 갔으니
물안개 피어내던 그 신비의 길을
나는 무엇을 미행하여 갔던가
골짜기에는 서설이 희끗하게 남아서
산등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의 노래를
아쉬운 귀울림으로 엿듣고 있었으니
나의 발길은 계절이 내린 잠을
그렇게 털어내고 있었다
목마로 달린 소리없는 어둠의 숨결들
처절하게 떠나왔던 회상의 길 위에
세월은 빈곤한 육신을 휘감고
푸른 금줄을 쳐 놓았다
어디쯤인가에서 계절이 무르익어 갔다
구지뽕나무 이파리도
무성히 하늘을 덮어 갔다
마침내 나는 한 허름한 잠사蠶舍에서
지친 몸을 내려 혼곤한 잠에 취해갔고
알집을 직조하기 위해서
고열로 몸부림 친 꿈자리
벌판에는 철갈이하는 새때들이 푸득이고
한 마리 애벌래는
섶으로 섶으로 오르고 있었다
잠들지 못하는 침묵의 생명선을 타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