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2010. 5. 3. 22:53

 

 

 

꽃을 보다

 

                       이만섭

 

 

 

오월 아침 꽃을 본다

맑은 햇살이 철쭉꽃 붉은 잎살에 닿아

꽃잎의 맥박이 두근거린다

햇빛을 보면 꽃은 왜 설레는 것일까,

숨소리라도 엿들을 듯

나도 모르게 한 발자국 더 내민다

일찍이 꽃을 이토록 주의 깊게 바라본 적이 없다

계절이 오면 당연히 피어나는 것으로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 뿐 

꽃 같은 열망 따위 품은 적이 없었거늘

잠시 고요의 경계선을 넘는다

한순간 꽃의 아름다움이

꽃나무가 피워낸 것이 아닌

우주 저편에 존재하는 화엄으로 환치된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꽃을 볼진대

이처럼 환희의 자태를 얼마나 가슴에 담을 것인가

꽃이 핀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빌어

생명의 존귀함을 드러내는 일일 것이다

충만한 생의 헌사 앞에

숙연해지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