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나비 일기
이양덕
2010. 5. 27. 08:20
나비 일기/ 이만섭
허공을 비킨 햇살이 톡톡 쏘아대며
옥잠화 기다란 꽃잎을 열고
숨 탄 듯 깨어나는 적요가 가지런하다
꽃은 여태껏 꿈꾸었을까
순식간에 퍼져나온 꽃술들의 군무가
물감 번지듯 잔잔하다
아침은 왜 이렇게 눈부신가,
어느결에 꽃의 내부를 뒤적이다가
더듬이를 세우는 나비
저 울타리 넘어가면 또 꽃집 있을까
그곳은 장다리꽃 노랗게 피어
씨앗을 몰래 품던 어제의 한터
꿈과 꿈 사이를 잇는 허공은
언제든지 비상을 허락하고
날갤 접는 거처가 꿈이었으니
꽃 한 송이에도 집을 짓고
꽃잎 한 장에도 생을 내릴 수 있는
이녁은 그것만으로도 찬란하다
아침으로 떠나온 길처럼
한낮 어디쯤에서 자취 감췄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