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새벽 3시를 쓰다
이양덕
2010. 5. 27. 08:23
새벽 3시를 쓰다/ 이만섭
밤은 뒤끝이 무르다
지루하고 지루하긴 해도
찬찬히 살펴보면
그가 온 어두운 길을 지운다
한 자락 흡반 같은 오지랖을 끌고 와서
그 많은 생각을 풀어놓더니
어느결에 거둬간다
새녘으로 기수를 튼 시침이
불면기의 물음표에 주의를 주고
종을 켜는 벽시계가
4분의 1을 잘라먹은 피자판 같다
직각의 절벽 아래
더는 결례를 무릅쓰지 않기 위해
귀 밖에 내놓는 밤
검은콩 같은 눈을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