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2010. 6. 28. 15:01

 

 

비밀 1/ 이만섭

 

 

 

나만이 알고 있는 말을 그대에게 일러주겠다

소곤거리는 나의 입술

가까이 확인하는 그대 귀라면

행여 풍문일 수도 있으니 듣는 족족 잊어주시게

그렇지 않은가, 귀라는 것은 즉물적이어서

파닥거리는 말을 가둬놓기엔 역부족이지

비밀 또한 여간내기가 아니어서

벽으로 가두어도 머리로 치받고 나와

역마살로 흘러다니는 것을 내가 말하지 않는가,

그래서 풍문이 될 때

비밀이었던 것을 그리워하는 것이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내게서 들은 말 귀담지 마시게

그대가 가져간 말은 살아 있는 말이 아닌

무덤의 말이었으면 좋겠네

그대도 나도 가둘 수 없는 흙이 되어

거처할 곳이라고는 땅속만 한 곳이 또 있을까,

무덤으로 들어간 말

한 천 년쯤 지나 바위로 태어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