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화문석
이양덕
2010. 7. 5. 11:53
화문석(花紋席) / 이만섭
여름 한낮, 오수가 소나기처럼 밟고 올 때 대청마루에 봉황 한 쌍 불러들여 사뿐히 타고 앉아 문바람 젖혀놓고 멀고 먼 붕정의 길 떠나는 일 상상이나 해보았는가, 굽이진 청음의 산맥을 넘어 높새보다 드높은 날개로 흰 구름 저어가니 한 만 리쯤에 옛마을 이끼 낀 누옥의 뒤란에 이르러 그곳 벽오동 푸른 가지에 앉아 쉬노라면 얼마나 서늘한 피정처인가, 그로서도 족하지 않다면 다시 날갤 차고 올라 한 만 리쯤 더 가서 백 년쯤 자란 흰 대꽃 무성한 왕대나무 숲에 깃든다면 그 또한 얼마나 그윽한 정취인가, 그렇기를 아홉 번에 이르도록 떠나는 장장하일에 벽오동이면 어떻고 *대나무인들 주인이 누구냐고 어찌 물을 수 있으리, 다만 산수간의 주인처럼 이 여름 꿈의 순례에 들다가 돌아와 깨어난 꽃자리라면 깬 꿈 또 청하기를 되풀이하여라
*看竹何須問主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