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하현(下弦)을 보다
이양덕
2010. 7. 10. 07:06
하현(下弦)을 보다 / 이만섭
밤의 공산에 허리 굽혀
어둠의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궁사의 어깨뼈 아래
단단히 움켜쥔 손이 파르라니 떨리고 있습니다
예리한 눈빛이 언뜻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언제부터인가 어둠은 궁사를 불러놓고
저렇게 사방팔방으로 달아나길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화살을 맞고 꼬꾸라진 자화상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본능에 충실한 모습이지요
그러다가도 어느결에 등 뒤로 와서
쪽배를 띄우듯 궁사의 등을 떠밀어댑니다
어둠의 뒤편에서 불어온 바람인가 봅니다
마음이란 쫓는 것에 쫓길 때가 있듯이
저 닮은꼴의 궤적을 쉽사리 해명하지 못하는 까닭에
예의 주시하는지도 모릅니다
공산을 지키는 궁사의 비장한 몸짓이 고스란히 실려오는
쟁명한 스무사흘 달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