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이만섭
밥상 앞에 서면 나는 늘 황송하다
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 냄새를 맡고 있으면
내가 상을 받지 않아도, 받은 양 미안하고,
허리 굽혀 두 팔 가지런히 내오는
공손한 표정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논밭을 갈고 씨를 뿌려
햇빛과 비바람 속에서 곡식으로 키운
아름다운 일손의 정성이
그곳에 함초롬히 서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상은 엄숙하다
고봉밥이 상 가운데 점잖이 앉아
찬거리들의 시중을 기다리는,
막 올라온 밥상이 공양 같은 생각이 들면
무릎을 가지런히 할 수밖에 없겠는데
과연 나는 밥상을 받을 만한 일을 하고 살아가는가,
반듯하고 따뜻한 표정 앞에 숙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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