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가을강
이양덕
2010. 9. 7. 14:01
가을강
이만섭
저 낮아진 언덕 아래서 숨을 고르며
우뢰비에도 씻겨가지 않은 물 그물처럼 끌어안고 뻘밭의 보폭으로 길을 가는 당신,
물로 흐르는 것만큼 생각 많은 것도 없는지,
간혹 떠나온 발자국을 돌아보다가 어느결에 강물 뒤곁에 두고 떠나려 하니
여름 장마에 넘쳐 흐르던 물때는 잊고 지내셨나요
기억하고 사는 일이 곁에 두고 사는 일보다 힘겨운 일이라고 말했나요
밍밍한 물도 비비고 엉키면서 한 바다에 이르는 것을
멀리 떠난 뒤 당신은 기억할런지 몰라,
여전히 연서를 쓰듯이 가지런한 융돌기로 자작거리는 물결
저물녘의 그림자들이 다 그곳에 내려 얼굴 비추는데 당신만 예외라고 말할 수 있겠는지요
사막의 낙타처럼 홀로 가는 먼 길
모든 그리움은 왜 강물이 되어 흐르는 것인지
벌판의 푸름이 거둬지면 자취 더욱 아득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