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상처의 무늬
이양덕
2010. 9. 15. 07:39
상처의 무늬/ 이만섭
침대 모서리에 심하게 부딪힌 정강뼈
아픔을 그대로 주저앉혀
한동안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금세 불그스름하게 피어난 자리
수묵 반점으로 번진 피멍의 결속력이 촘촘했다
아무리 상처일지언정 내 안에 들인 이상
몸은 기탄없는 친화력으로 껴안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통증은 사라지고
선명한 무늬로 남은 상처
아픔을 잊어갈 때쯤 무늬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간 몸은 아픔을 나누고자
상처에 무늬를 그려놓았던 것이다
가시에 찔렸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살갗을 파고든 가시가 몸을 빠져나간 뒤
대적이라도 할 듯 곤두세웠던 신경은
시간이 지나면서 유순해졌다
가시가 박혔던 자리에
세월이 왕진을 다녀간 것이다
무늬로 피고 진 상처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