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2010. 10. 27. 17:24

 

 

 

어디만큼 / 이만섭

 

 

 

눈을 감아 보폭을 재던 시절이 있었지

 

아라비아 숫자를 세며

발소리 귀밑에 접던, 소리 둔감해지면

어느덧 손뼉을 치는 저편

소리로 방향타를 잡아주듯 미소 띤 술래였지

허방을 딛고 휘청거릴 때도 안심하고 분망했던 마음이

생의 연습인 줄 까맣게 몰랐었지

 

그 사이, 평지가 비탈이 되고

구릉이 평지가 되고

정처없는 길을 걸었었지

 

나 이제도 그 어디만큼으로 산다

 

어느덧 내 몸은 내 생의 중심이 되어 있었고

사위를 에워싼 지형을 둘러보니

발끝에 닳아버린 세월이 고무락거린다

 

나 시방 또 어디만큼 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