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2010. 11. 5. 17:48

 

 

 

   안개 

 

                  이만섭

 

  

 

   또 안개가 아침의 민낯에 분칠하고 극성이다

 

   길가 양버즘나무 제 그림자 뒤로 숨어들 듯

   점,점,점, 소실해가고

   그 위를 나는 새

   그물망에 걸려버렸다 대책 없다

 

   사위는 강물처럼,

   안개는 늦잠을 즐기는 게으른 어부처럼

   고기떼들을 통발에 가둬놓고 저렇게 태연하다

 

   어느 사이

   그물망에 결려 옴짝달싹 못하던 새

   다행히 허공을 빠져나와 나뭇가지에 안착하고

   날개 언저리에 물감처럼 번진 이슬

   톡톡 불거졌는데

 

   나무는 나무대로 제 잘못이 아닌데도

   멋쩍은 듯 쭈뼛거리며 서 있다

 

   아무리 익숙한 것일지언정

   밤사이 무탈하게 재회하는 기쁨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