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참나무를 읽다
이양덕
2011. 3. 25. 14:20
참나무를 읽다 /이만섭
참, 참, 참,
참이라는 말로 참나무를 다시 읽는다
나무의 허리를 짚고
가쁜 숨 내려놓는 산길에서
비탈은 나무의 터울
굳은살 박인 등걸이 꼿꼿하다
어떤 거짓도 거부한다는 듯
한 생애를 그렇게 살아왔으니
이름자 앞에 더욱 분명해진 표정에서
나는 올곧게 살아가고 있는가
문득 까닭없는 부끄러움에 직면한다
세상은 저들을 베어
숯을 굽고 버섯을 재배하고
땔감으로도 모자라 수액을 채취하여
건기에 목말라하는 생을 다스린다
한 점 재로 남을 때까지
소신공양을 한 뒤 이루어 낸 참,
진정한 참이란 다 비우는 생일 거라고
이 봄에도 그 곁에
은자처럼 참꽃은 피어나고
참, 참, 읊조리다 보니
내 마음에도 들어서는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