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봄비 읽기
이양덕
2011. 4. 10. 12:46
봄비 읽기 / 이만섭
나는 아무도 모르는 사생활을 가졌어요
옷차림도 신발도 내 방식대로
새롭고 싶어요
그래야만 산뜻해질 것 같아요
구상나무는 구상나무대로
푸른 침봉을 세워 귀로 듣지만
아직 잎이 없는 물푸레는 물푸레대로
가지나 등피로 빗소리를 들어요
나도 풍경을 미농지처럼 색칠하는
빗물의 선염법을 귀로 들어요
또락 또락 또르락-
또락 또락 또르락-
그대에게 다가서는 간극에 놓인
저 빙벽 같은 창유리에
허공은 연회색 물감을 분칠하고 있어요
이 침침하고 습한 창가에
가슴에 숨긴 부싯돌 같은 그리움을 켜
알전구처럼 환하게 밝히고 싶은 저녁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