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청평사 가는 길

이양덕 2011. 4. 19. 07:21

 

 

     청평사 가는 길   /이만섭

 

 

 

      사는 게 길 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니

      내 몸은 입때껏 무게에 집착하고 있었구나

      발걸음 옮길 때마다 몸 비워내듯 홀가분한 이것은 무엇이냐

      산이 비켜서고 강물이 길을 내는 자리마다

      새 길로 들어앉아 움 돋아내는 것들

      그러나  내 몸은 아직 각질이 부슬부슬 떨어지고

      이것들은 고스란히 지나온 궤적으로 남는다

      사람의 몸이란 씻어도 씻어도 어느 구석인가에

      씻기지 않은 떼자국이 남아 있는 것이니

      이 맑은 기운이 채근하는 이유도 다름 아니다

      그래서 흐르는 물은 여념이 없는가

      잠시라도 여울목을 만나면 물살은 거품을 돋아내고

      그럴 때 나도 한고비 경계선을 넘는다

      마음이 붙들어놓은 구태의연한 길을 말끔히 지우고 오는

      새 길에 한해살이 풀꽃이 백년초처럼 피어 있다

      물 위에 들어앉은 저 절집의 일주문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또 얼마나 비워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