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 2011. 4. 30. 16:03

 

 

 

 

      명자꽃 /이양덕

 

 

 

       꽃은 젖어야 피어나는 것인가

       아득해진 마음과 마음 사이를 환하게

       열고 오는 꽃들이 이슬을 매달고,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꽃망울은

       에스트로겐 과분비로 전두엽에 발작이 일고 

       관략근을 꽉- 조여놓아도 그만 달아오르고

       물관부의 펌프질 소리 수상쩍다

       절로 행복하고 절로 사랑이 얻어지던가

       쓸쓸함이 휘감으면 나붓이 잡아주고

       사랑할수록 사랑하고 푼 

       쓸개즙보다 더 쓰디쓴 기다림에

       무덤속 같은 밤을 지새우고도

       어떤 미혹에도 견딜 수 있다고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나, 아무래도 사랑에 빠졌나 봐

       가슴에 사랑을 담아 봉인하는데

       봄산도 발그레 꽃물이 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