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玩賞 /이만섭

이양덕 2011. 5. 5. 09:54

 

 

      玩賞 /이만섭

 

 

 

      휴일 인사동 길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사이를 걷다 보면

      무언가를 좇듯 뒤적뒤적 헤집는데

      내 바쁜 일상의 식후경이

      도심 어딘가에 있기라도 하듯

      그렇게 소요하다가

      어느 골동품 가게 앞에 닿았는데

      진열장 안에 가지런히 들어앉은 달항아리

      조선 여인의 자태처럼 우아하다

      한동안 멈춰 서서

      희고 아름다운 모습에 취하다 보니

      달빛 은은히 번져 와

      육계목 우거진 만월루에 산책 나온 향아인가 싶어

      나는 그만 아늑해지고

      사람들도 저마다 무언가를 담아내는지

      신발을 끌 듯 느릿느릿 걸으며

      눈빛 빌려 얻는 기쁨이 넉넉하다

      모두 해찰에 빠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