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환율 지키느라 5조원 날렸다

이양덕 2011. 5. 31. 22:18



[한겨레] 정부, 작년 외평기금 운용보고…금리차 손실만 3조5천억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위해 운용하는 기금인 외국환평형기금(이하 '외평기금')에서 입은 손실이 지난해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조달·운용 금리의 역마진이 3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3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0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외평기금의 당기순손실은 5조1000억원에 이른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평가 손실'이 1조4400억원, 금리차 손실(역마진)과 파생상품 손실을 합친 '이차 손실'이 3조6600억원이었다. 지난해 파생상품 손실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금리차 손실만 3조5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외평기금에서 국채(외평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한 뒤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막는 데 사용해왔다. 이런 식의 외환시장 개입이 늘면서 외평채 잔액은 1997년 4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20조62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외평기금 조달금리(외평채 금리)보다 운용금리(미국 국채 등)가 낮기 때문에 구조적인 역마진이 발생한다. 이런 금리 차이는 2009년 2.46%에서 2010년 2.79%로 더욱 커졌다. 외평채 잔액이 늘고 금리차가 커지는 만큼 역마진으로 인한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2009~2010년 고환율 유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외평채(원화) 잔액을 23조8000억원이나 늘렸다. 이 기간 동안 금리차를 고려한 추가 역마진 손실만도 8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외평기금 금리차손실 눈덩이

역마진 2007년 1조4천억→ 2010년 3조5천억
세금 손실로 떠받친 고환율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고환율을 유지할 경우, 수출경쟁력은 높아져 수출기업에는 큰 이익이 되지만, 일반 국민은 고물가에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고환율 정책에는 이런 간접적 부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세금이 한해 수조원씩 들어간다.

■ 역마진 눈덩이처럼 증가

외국환평형기금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참여정부 시절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면서 크게 늘었고, 이명박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고환율 정책을 펴면서 또 한 차례 가파르게 증가했다. 국가부채 가운데 외평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7%에서 지난해 30.5%까지 늘어났다. 국가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외평채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시장개입으로 사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 등 외화자산을 다시 사기 때문에 외평채는 다른 국가부채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즉 '적자성 채무'가 아니라 '금융성 채무'라는 의미다. 하지만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외평기금의 조달금리(외평채 금리)가 운용금리(미 국채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생기는 역마진은 사실상 적자성 채무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평기금의 당기순손익은 매해 환율변동에 따른 환평가손익과 파생상품손익이 포함되기 때문에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금리차 손실(역마진)만 보면 2007년 1조4000억원, 2008년 2조100억원, 2009년 2조6300억원, 2010년 3조5000억원(추정) 등으로 매년 많이 증가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유지를 위해 발행되는 한국은행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잔액도 크게 늘어 지난해 말 163조5300억원에 이른다. 여기서도 역마진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나 외평기금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한 시장개입 목적이 강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정책비용" vs "신중해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의 직접적 결과는 두 가지다. 하나는 환율상승, 또 하나는 외환보유액 증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8년 이후 1100원 선 안팎을 벗어나지 않고 있고,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말 3072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수출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 시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이를 위한 비용은 국방비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외환 당국의 확고한 입장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수출대기업은 혜택을 보지만, 내수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은 수입비용 증가와 고물가로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한 논란도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해 말 외평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시 혼란은 단지 외환보유액이 적어서가 아니라 단기외채 관리와 금융기관 건전성이 취약했기 때문"이라며 "외환을 보유할수록 이차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외환건전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더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주성 교수는 "외환시장 개입은 그 편익이 비용을 능가할 때 정당화할 수 있다"며 "외평기금의 재정비용을 고려한다면 외환시장 개입은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