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장미를 위하여
이양덕
2011. 6. 2. 13:36
장미를 위하여 /이만섭
장미를 위해 꽃을 꺾는다
장미가 아닌 이유로
꽃들이 시들어 갈 바에
꽃대를 꺾어 화병에 꽂아야겠다
장미는 그날 밤 더욱 질투를 내겠지
그러다가 몸에 가시를 돋아내고
충혈된 눈으로 아침을 맞겠지
햇빛이 창을 건너올 때쯤
일제히 기립하여 꽃 대열의 선두에서
불면으로 지샌 어둠 속 사랑을
아름다움으로 확인하고 들겠지
여전히 장미라는 이름으로
꽃의 어떤 품평도 마다하지 않겠지
화병에서 지는 꽃조차
우리 마음에는 장미를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