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꽃지는 저녁
이양덕
2011. 6. 2. 13:38
꽃 지는 저녁에 /이만섭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너무도 경박하다
일상의 뒤꼍에 가서 울고 싶을 때
그것마저도 꽃의 위로를 받고 싶다면
꽃은 진정 우리에게 야속하다
그간의 꽃은 필어날 때도
저 어둠 속을 줄기차게 걸어와서
마침내 아침을 위해 피었건만
질 때도 어두운 저녁을 위해 진다면
꽃의 아름다움은 그뿐, 그만일까,
그도 일상의 뒤꼍에 가서 울고 싶을 때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져버릴 수 없어
노을에 베어 붉은 피로 흘러가는 저녁강에
사뿐사뿐 꽃잎을 날리며
그 에이는 마음을 침묵으로 달랬다
꽃의 설움으로부터 천 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고작 일상의 뒤꼍에서 한차례 짓는 슬픔만으로
꽃다운 생을 마감하고 지는 꽃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어찌 그리도 몰라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