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빨강의 기억

이양덕 2011. 6. 10. 09:54

 

 

      빨강의 기억 /이만섭

 

 

 

      여름, 정오, 우체국 앞,

 

      양철지붕 같이 달궈진 벤치에 앉아 낯선 여자가 입술을 그리고 있다

 

      동그랗게 오므린 입술 밖으로 무직하게 붉은 태를 두르며

 

      그려낸 입술은 팬터마임을 하는 광대 같다

 

      여자는 입술 그리는 법은 잊었어도 빨강은 잊지 않은 것이다

  

      기억 저편, 지울 수 없는 것들이 장미색으로 되살아나

 

      여자를 뙤약볕 아래 불러 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