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손톱 /이만섭
이양덕
2011. 6. 17. 11:11
손톱 /이만섭
달에 대해서
못 견디게 궁금해 하던 밤이 있었다
자라나는 달을 보기 위해
그믐 같은 어둠을 깨워 푸른 눈썹을 달고
봉숭아 씨 심어놓은 화단을 건너
고욤나무 등 뒤로 가서
밤이 이슥토록 기다리는 나의 음역(陰域)
텃밭에는 부추 꽃 하얗게 피어났어도
검은 하늘은 옴짝 않고
무슨 비밀이라도 간직하고 있을 거라며
누이의 방을 기웃거리다가
돌아와 뒤척이는 밤
아침이면 실에 꿰어놓은 감또개로
흰 목걸이를 두르고 걸어 나오는 누이여
나는 간밤에 한잠도 이루지 못했는데
혼곤한 잠 속에서 어느 감밭을 지나왔느뇨,
눈부신 햇살 가리며 이마에 얹는 손등
그만 비밀을 들켜버린 듯
어디론가 숨고 싶은 얼굴이 수줍고 착하다
못 견디게 궁금했던 달이
어느 날 내게 도랑테 같은 얼굴로
어둔 산골짜기의 여우를 불러내듯
그간의 비밀을 털어놓고 있었다
은가루 같은 달빛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