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낮잠 /이만섭
이양덕
2011. 7. 8. 23:05
낮잠 /이만섭
벤치처럼 드러누워
오동나무 그늘을 즐기는 한낮,
어디선가 들려오는 생황소리가 단잠을 깨운다
소리는 점점 귀에서 몸으로 번져와
그 소리 타고 올라간 나무에
나른한 몸을 기대니
금새 복식호흡으로 파장을 낮추는데
또 이번엔 윙윙거리며 날아드는 둥개 떼들,
오동나무가 무슨 피나무인지 아는지
내 등걸에서 나무의 등걸로 옮겨 가더니
손닿지 않는 곳까지 기어올라
나무의 너른 잎에 가려진 그곳,
새가 이소한 구멍 속으로 들어가서
낮이 재우도록 감감하다
나무의 텅 빈 내부가 깨어나길 기다리느라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