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그리운 식사

이양덕 2011. 8. 4. 09:12

 

 

 

 

리운 식사 /이만섭

 

 

 

 

리운 식사 /이만섭

 

 

 

 

여름 저녁, 벌겋게 달궈진 일광을 서녘으로 몰아 하늘가에 잉걸불 지피면 하늘 그을린 자리마다 어둠이 되는데, 그런 저녁은 어머니 익반죽으로 밀가루 치대어 부뚜막에 앉아 수제비를 뜨신다 아버지는 마당 가운데 맷방석을 펴놓고 어느새 어둠을 마중 나와 우두커니 반짝이는 샛별, 바야흐로 여름밤이어라 온종일 흩어졌다가 모여든 식구들처럼 어둔 하늘에 별들도 머리에 총총 박혀오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밥그릇을 공양처럼 받드는 식구들, 아버지는 어머니와 마주보고 내 옆 동생은 어머니 좌측에서 누님은 내 건너편에 앉아 정지 쪽에 등을 둔다 부엌심부름하기 딱 좋은 자리다 품앗이 간 형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그 사이 누님은 우리 식구보다 먼저 이웃에 수제비 한 그릇 챙겨 갔다 동생은 종일토록 어느 흙 밭에 뒹굴었는지 우물가도 못 간 꾀죄죄한 낯으로 어머니 비호에 숟가락을 움켜쥐고 어머니도 머리에 인 수건을 아직 걷어내지 못했다 처마 밑에 연기 먹은 남폿불이 초저녁부터 시름 앓는데 모락모락 생솔가지 태운 메케한 연기에 쫓겨 간 모기떼들 돌아오기 전 식구들 소풍 나온 듯 달그락달그락 저녁을 비워내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