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詩밭}
채송화 이야기
이양덕
2011. 8. 5. 05:33
채송화 이야기 /이양덕
토방에는 흰고무신 가지런하고
삼복에도 통증이 박힌 외할머니 기침 소리의
기억 너머의 아득한 기억을 따라가서
담벼락에는 순하고 착하게 줄을 선 얼굴들
접시꽃 봉숭아물망초 맨드라미 그리고 분꽃
이슬에 입맞춘 자리마다 형형색색으로 번진 여름에서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채송화 옹기종기 방긋대는 것좀 보셔요?
엄마의 자장가 노래 따라
뜨락에도 아가의 꿈길이 생겼어요
저 심장 소리를 들어보셔요
새근새근 곧 깨어날 시간이어요
어느새 숨차게 달려온 햇살이 웃고 있어요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오'
허공에 퍼지는 해바라기의 고백이 가슴을 달굽니다
키가 작아서 울 밖의 세상은 볼 수 없지만
구석진 곳에서 행복의 지문을 찾는 오늘을
꽃이 진 후에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