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시인서재}
제10 합동시집 -꽃의 박동 /배꼽
이양덕
2011. 8. 8. 20:42
*특별회원시
오봉옥 | 거미와 이슬
정윤천 | 십 만년의 사랑
강현덕 | 기도실
박정원 | 깨꽃을 검색하다
이동호 | 과녁
김산 | 지구인
이종섶 | 의자장(葬)
최호일 | 내 입속은
이만섭 | 배꼽
배꼽 /이만섭
어느 날 목욕을 하다가
가만히 배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몸의 한구석에서
내가 타고온 생의 매듭이
소라의 화석처럼 고스란히 굳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안 보았으니 망정이었어요
당신이 물려준 소중한 유산인데
무심코 지냈다는 생각이 들어
슬몃슬몃 문질러 보았더니
지그시 문이 열리는 거였어요
거기 온탕이 하나 들어 있는데
나는 신이 나게 유영을 하고
어머니는 곁에서 빙그레 지켜보시고 계셨습니다
앗, 그렇게 포근한 추억을
여태껏 몸이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참 나는 몰랐습니다.